새로운 것

 무언가 새로운 것은 우연처럼, 행운처럼, 기적처럼 나타나는 것일지 모르겠다.

 난 항상 새로운게 만들고 싶었다. 남들이 이미 한 거 말고 내가 처음 한 것. (그게 대체 뭐냐고 묻지 마라. 나도 모르고 당신도 모르니까 새로운 거다.) 근데 내가 잘하는 것이나 애쓰는 것이나 항상 하는 것을 보면 남이 이미 해둔 것을 열심히 파고들어서 조금 더 깔끔하게, 조금 더 완벽하게 만들려고 할 때가 잦았다. 왜 그랬을까?

 기본적으로 난 좀 뭔가 부족해 보이는 걸 잘 못 견딘다. 내 맘에 100% 들어야 되는데, 그게 잘 안될 것 같으면 애초에 포기해 버린다. 수학을 100점 맞을 수 없을 것 같아서 포기해 버렸다. 그랬더니 성적이 가 가 나왔고, 대학교 와서는 미적분학 수업을 두 번 들었으나 두 번 모두 F를 맞았다. 프로젝트를 할 때는 항상 100% 완벽하게, 내 맘에 들게, 딱 들어맞게 하려다 보니 남들과 충돌이 심하게 생기든지 아니면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

 몇 일 전에 연구실 서버가 죽었다. 그런데 서버를 복구해야 할 서버 담당자가 자리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그 작업을 시작했다. 일단 서버로 사용할 컴퓨터를 구해야 했다. 연구실에 있던 PC들을 이것저것 테스트해 보았지만 제대로 되는 놈이 없었다. 그러다 소음이 너무 심해서 꺼두고 있던 서버가 하나 있어서 그걸 사용하게 되었다. 서버를 일단 뜯어내고, 그냥 쓰는 건 내 맘에 안 들어서 일단 먼지부터 에어 스프레이로 청소했다. 외장 스토리지용 RAID 카드를 꽂고 다시 조립해서 운영체제부터 설치를 시작했다. Windows Server 2003으로 설치를 하고서 보안 업데이트까지 완벽하게 적용한 후에 파일 서버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무려 다섯 개나 되는 외장 스토리지들을 연결하고, 각각 드라이브 명을 할당하고, 파일 서버 서비스를 올리고, 권한을 설정했다. 폴더 명에 일관성이 없는 것 같아 영문으로 통일했다. 이제 웹 서버를 올릴 차례. 기존에 사용하던 서버의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복구해서 웹 서버에 들어갈 문서들을 새 서버에 복사했다. PHP로 작성된 파일들 사이사이에 bak 파일들이 껴 있었다. 아마 조금씩 조금씩 파일들을 수정하면서 생긴 것들이리라. 이런 것들이 있으면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전부 검색해서 삭제했다. 그 외에 쓸데없는 폴더들, 파일들을 삭제했다. 이번엔 IIS의 설치. 기존 서버에서는 Windows Server에 아파치를 올려서 사용했지만 Windows에는 IIS를 써야 아귀가 맞는다는 생각으로 IIS를 설치하기로 맘먹은 것이다. 그리고 PHP, MySQL은 최신 버전으로 설치. 그러나 기존 홈페이지에 설치된 게시판은 제로보드4. 최신 버전의 PHP와 MySQL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려면 여러 가지 수정이 필요했다. 이틀에 걸친 삽질을 통해 IIS와 PHP를 연동하고, MySQL 인코딩 문제를 해결하고, 제로보드의 로그인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 홈페이지의 코드를 살펴보니 MySQL의 test 데이터베이스에 데이터를 올려둔 것을 발견하고서는 새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서 모든 데이터를 옮기고 전용 계정을 생성해서 연결했다. test 데이터베이스에 데이터를 올려놓다니;;. 거기다 MySQL 계정은 비번도 안 걸어두고;;. 그다음은 Subversion의 설치. Subversion Server를 설치하고, 기존 서버에 있던 저장소를 복구했다. 그리고 Windows Server인 만큼 Subversion Server를 서비스로 등록해서 올렸다. 홈페이지의 문서나 Subversion의 저장소는 모두 C: 와는 분리된 파티션에 올렸다. 이번엔 얼마 전에 개발이 끝난 새 홈페이지를 올리는 작업. Tomcat을 설치하고 IIS와 Tomcat을 연동했다. 이제 끝. 쓸데없는 파일들을 정리하고 프로그램들은 분류에 맞게 폴더를 생성해서 보관해 두었다. 백업본 중에 필요 없는 파일들은 삭제하고 외장 스토리지로 이동시켜 두었다.

 완벽하게. 내 맘에 꼭 들게. 누가 봐도 잘했다는 말이 나오게.

 이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려는 내 목표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완벽하게. 못할 것 같으면 그냥 포기. 지금은 어느 쪽이냐 하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완벽하게" 쪽이다. 내가 할 수 있다고 맘먹은 것이라면 난 완벽하게 해 내야만 한다. 그게 나다. 물론 지금까지 해내지 못한 일들도 있었다. 맘만 먹는다고 다 해낼 수 있다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잖아? (킁). 어쨌든. 일단 지금 하는일들 부터 완벽하게.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내 모든 걸 쥐어짜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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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린

2008/03/30 02:05 2008/03/3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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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탄환 2008/03/30 19:29 # M/D Reply Permalink

    연구실 서버를 혼자 갈아엎다니 이런 능력자 녀석!! 좀 짱인듯

    1. 이린 2008/03/30 22:31 # M/D Permalink

      음;; 그렇게 봐주신다면 감사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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