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디의 eerie 는 서태지의 팬들을 위한 콘서트(?)인 EERiE Ta[j] people Festival에서 따온 것이다. 그만큼 서태지에 대한 내 감정은 각별하다.
5집, 6집, 7집, 8집. 솔로 앨범들이 한장 한장 발표되면서 내 기분이, 감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생각해 보았다. 5집이 나왔을 때는 사실 앨범이 나왔다는 말만 들었지 찾아서 들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한참 후에 들어봤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음악.
6집은 집에서 가족들과 모여서 특집 방송으로 처음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 부모님은 서태지가 미국에서 이상한거 배워왔다고 말씀하셨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가슴이 뛰었다. 역시 그 때까지 공중파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음악.
7집은 앨범이 나온지 얼마 안되서 사서 들었다. 이번엔 어떤 음악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점점 내 기대감이 떨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산 7집은 외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서태지 음반이 되었다. 태지의 보이스에 가장 어울리는 곡들이라고 생각한다.
8집이 나왔다. 8집이 나올 때는 정말 아무런 기대감도 들지 않았다. 어떤 음악이 나올까? 뉴스에서 강렬한 사운드가 나올거라는 소문들이 떠돌아서 다시 6집 같은 강한 록을 하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그 이상의 기대, 고민은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8집을 들었다. 또 다시 앨범을 듣기 전의 내 생각, 기대를 뒤엎고, 우리나라에선 처음 듣는 사운드.
서태지의 음악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다. 표절이라는 곡들을 들어 봤는데, 정말 비슷했다. 표절했다고 해도 아무런 할 말이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근데 그런 사람들한테 정말 묻고 싶은게 있다. 서태지 외에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이 전혀 들을 수 없었던 사운드를 들고 나온 사람이, 이렇게 히트시킬 수 있었던 사람이 있었나? 서태지니까 봐준다는게 아니다. 앨범을 발표 할 때마다 기대하지 못했던, 우리같은 일반인들이 처음 듣는 사운드를 들고 나와서, 이정도 수준으로, 완성도로 들려주었던 사람이 있었나?
나는 음악을 들을 때 얼마나 새로운 사운드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지금까지 지겹게 들어온 음악을 조금 다르게 부르는걸 듣고 싶은게 아니라, 뭔가 새로운,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음악을 듣고 싶은 거다.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서태지는 항상 그런 기대에 부응해 왔다. 적어도 나와 같은 일반인에게는.
한국 가요계에서 새로운 사운드, 무대를 만들어온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다. 최근에 그런 느낌을 받은건 빅뱅의 태양이다. 물론 서양의 음악, 스타일을 너무 따라한 거라는건 알겠는데, 그건 우리가 쉽게(앨범 사는게 쉬운지 어려운지가 아니라) 듣기 어려운 음악들이고,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스타일, 무대를 만들어 낸 것이다. 당연히 재밋고 신나고 더 듣고 싶어진다. 서태지의 음악도 그런 것이 아닐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서태지처럼 켕기는거 많은 사람 말고, 정말 한국에서도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서, 높은 완성도로, 대중에게 먹히는 음악으로, 히트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인디에서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인디 정신만 강조하고 있지 말고, 좀 더 퍼트려 달란 얘기다. (물론 국내 음반 시장의 총체적 문제점 들이 많겠지만 그런거 다 따지고 있으면 대체 뭐가 가능하겠나 - _-), (그리고 신기하게도YG가 가장 내 기대에 접근해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번 서태지의 음반은 일본의 도모토 쯔요시(堂本剛) 의 "空が泣くから" 와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좀 아쉽긴 했다.)
Posted by 이린




